암아! 같이 살자하니 다시 찾아온 건강희망편지 219호   발송일: 2021.04.27



2016년 1월 25일은 내가 대장암으로 수술을 한 날이다. 암을 진단받는 순간 걱정스러운 마음이었지만 초기라는 담당의사의 말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위안하면서 긴장된 마음으로 수술실로 향했다. 나의 걱정과 달리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초기였기 때문에 항암치료도 필요 없다는 담당의사의 판단에 따라 수술 후 얼마 안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퇴원했다. 현대의학의 발전에 감사하면서…

그러나 딱 일 년 후 2017년 1월 25일. 나는 다시 수술실로 향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드라마에서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 나에게 펼쳐진 것이다. 처음 수술이 끝난 후 정기검진을 받으면서 나름 건강한 생활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는데 비슷한 부위에 암이 생긴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처음에는 횡행결장 앞부분이었고 두 번째는 횡행결장 뒷부분이었다. 그리고 1년 전에는 초기였지만 두 번째 암 진단을 받을 때는 대장암 3기 환자가 되었다. 일 년 사이에 나는 두 번 암환자가 된 것이다. 담당의사의 말로는 대장이 쭈글쭈글하고 계획에 따라서 진행되는 수술에서 작은 크기의 암은 발견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하였지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두 번째 수술도 잘 되었고 통증이나 큰 불편 없는 생활에 감사하고 있다. 다만 두 번의 대장암 수술로 대장 길이가 짧아져 가끔 묽은 변 때문에 약간 불편할 때가 있을 뿐이다.

첫 번째 수술 후 마취가 풀리면서 별다른 근심 없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두 번째 수술은 마취가 풀리면서 숨이 턱 막히고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죽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엄습했다. 그리고 회복실로 옮겨져서 시간이 한참이 지나 서서히 몸이 회복되면서 ‘어! 안 죽었네’라는 느낌이 들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담당의사는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며 12차까지 계획을 잡고 있었다. 수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항암치료가 참으로 곤혹스러웠는데 다행히도 8차에서 항암 치료를 중단할 수 있었다. 항암약을 처음 맞을 때 머리털이 다 빠지고 부작용으로 생활이 어려울 정도였지만 더 이상 항암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런 결정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을 보니 몸에는 더 이로운 일이 된 듯하다.

나는 평생을 회사원으로 살아왔다. 정년퇴직을 하고 관련업체로 옮겨서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다. 평생 일과 직장 그리고 집을 오가며 성실히 살아왔다. 암도 직장 정기검진에서 발견된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무런 욕심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돈 욕심, 가족들이 모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기는 욕심 등 살면서 바라는 것들이 많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나는 마음을 비웠다. 마음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워버렸다. 텅 빈 마음이 되고 보니 남는 것은 유머와 미소, 그리고 낙천적인 생각과 행동이다.

진짜로 해피바이러스는 있다. 바이러스는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 세균이며 전염되는 특성이 있는데 해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아픔도 행복이 될 수 있다. 두 번의 암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겪으면서 남들에 비해 큰 고통 없이 지낼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아마도 내 속에 있는 해피바이러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는데 일단 감염이 되면 얼굴에 미소가 번지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진다.

암 진단을 받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어서 암과 관련된 병원을 알아보다 동네에서 관리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김진목 원장을 알게 되었다. 그분의 조언과 치료는 큰 도움이 된다. 김 원장이 있는 파인힐병원에는 공기 중에 해피바이러스가 떠다니고 있는 듯하다. 그곳에서 치료하고 있는 모든 암환자들이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 암과 투병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슬픈 일들을 겪게 마련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과 같이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누구는 좋아지고, 누구는 나빠지고 하는 일들을 어쩔 수 없이 지켜보면서 같이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는데 해피바이러스는 암울한 쪽으로 빠져드는 마음을 꽉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암환자라면 반드시 해피바이러스에 감염된 채로 투병해야 한다. 그래야 현실을 인정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잃지 않게 된다.

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먹거리다. 오백식품, 즉 다섯 가지 흰색음식으로 흰쌀, 흰설탕, 흰밀가루, 흰소금, 조미료를 말하는데 되도록 멀리 피하려고 한다. 입에서는 즐거움을 주고 그 맛에 길들여졌지만 그것들이 암의 먹이가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도 암에 걸려서 공부를 하게 되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암에 좋다는 수많은 것들을 이것저것 많이 먹게 되면 간에 무리가 온다. 돈만 쓰고 더 안 좋은 결과만 가져올 수도 있다.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는 것과 운동 등 모든 생활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뭐가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요양병원의 생활이 밖에서 보면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은 생활이지만 건강이 하루하루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나에게 정말 좋은 효과를 주었던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풍욕, 햇볕 쬐면서 하는 운동, 등산 그리고 음식이다. 이들은 암과 상관없이 우리가 건강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일상적인 내용이지만 암에 걸린 후에야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좋다는 활동과 음식을 섭취하다 보니 암이 있어도 건강은 계속 유지된다는 점은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암 진단을 받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까짓 거! 뭐 암하고 같이 살지!”

이런 생각을 처음부터 한 것을 보니 나는 원래 해피바이러스를 갖고 있었나보다. 인생은 어차피 지나가는 것이고 그 끝은 누구나 정해져 있다. 거부한다고 그 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뭐든지 수긍하고 낙천적으로 웃으면서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나처럼 웃으면서 생활하게 되고 세상이 밝아진다. 그리고 움직일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잡아서 해야 한다. 나는 조금만 더 건강을 회복한다면 청소나 경비, 운전 등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멀리 있지 않고 소박한 일상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추신:
2017년 작성된 투병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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