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시골집 이야기 - 청국장과 된장희망편지 176호   발송일: 2020.11.24

해가 뉘엿뉘엿 뒷산 너머로 사라져가고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흙장난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던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의 외침이 들려왔다. 누구의 엄마랄 것도 없이 서너 번 반복되는 외침소리를 끝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서는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고 대충 손발을 씻고 저녁상을 받았다. 아이들이라 해서 특별히 신경 써준 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처럼 반찬 가짓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었기 때문인지, 놀고 난 허기짐 때문인지 참 맛있게도 먹었었다.

목가적인 전원의 풍경과 함께 연상되는 나의 어린 시절은 먹거리가 매우 풍성했다.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과 텃밭에서 뜯어 소쿠리에 담으면 그뿐인 상치, 깻잎 등 쌈 채소들, 담벼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호박이며 오이며 가지 등도 있고 간식으로는 말린 고구마, 칡뿌리, 사탕수숫대, 옥수수 등등 그야말로 가는 곳마다 자연을 담은 식재료들의 천국인 곳. 산이고 들이고 마구 쏘다니며 뛰어놀다 허기지면 누구네 것인지 따질 새도 없이 손을 뻗어 먹을 것을 취해도 죄가 되거나 누구 하나 탓하지 않는 따뜻한 그곳.

나의 고향은 전라남도 진도이다. 워낙 큰 섬이고 한참 버스를 타고 나가야만 바다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시야가 좁았던 어린 나는 내가 사는 곳은 농촌이고 바다가 가까운 외할머니댁은 어촌이라 인식하고 있었지만 알고 보니 한 섬이었다는 사실은 가끔 고향을 떠올리며 얘기하곤 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TV로 접하며 동경하던 서울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시골출신이라는 이유로 간혹 친구들의 텃새나 놀림을 감수해야 했고 스스로도 뭔가 초라한 느낌이 있었다. 조금은 억울하고 손해 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세련되지 못한 말투나 차림새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고 고향에서의 시간보다 도시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아진 지금의 나에게 그런 기억은 사실 작은 이야깃거리에 불과하지만 나의 감성이나 사고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자연과 함께했던 어린 날에 많은 부분이 형성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도시에서 나고 자란 또래 친구들에 비해 예스러운 기억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서 어르신이라는 놀림을 당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자체를 즐긴다.

도시와 시골 그 명백한 구분 앞에서 내가 시골 출신임을 감사하게 여기는 이유는 너무나 풍성한 이야깃거리들을 제공해주었을 뿐 아니라 내가 지향하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모습을 미리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나에게 있어서 제대로 된 식재료를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데 농수산물을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나 발전이 더딘 탓에 낙후되었던 그곳의 사정은 오히려 내가 요리를 함에 있어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전라도 음식은 대체로 맛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다양한 가짓수로 유명하지만 내가 고향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된장찌개이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지는 된장찌개는 입에 넣기도 전에 그 구수함으로 마음을 먼저 편안하게 해준다. 콩을 무르게 삶아 콩콩 찧고 메주를 만들고 적당히 단단해진 후에 짚을 엮어 작은 방 한쪽 벽에 줄줄이 매달아 놓았던 것을 곰팡이가 피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소금물에 담가 간장을 만들고 된장을 만들어내는데 그렇게 많은 수고를 거쳐 손수 담은 장은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만 제대로 된 맛을 허락한다.

도시에서야 환경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직접 담그기 힘들지만 어린 날 엄마가 손수 담그고 정성 들여 관리하던 모습이 참으로 아련하다. 마땅한 찬거리가 없다며 장독대에서 몇 수저 푹푹 퍼온 된장을 풀고 두부와 애호박만 넣어 보글보글 끓여낸 된장찌개의 맛은 단연 으뜸이었다.

된장은 간장, 고추장과 함께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으로 항암 성분을 비롯해 갖가지 유익한 성분이 들어 있는 최고의 자연식품이다. 콩을 발효시킨 된장은 예로부터 귀중한 식품으로 여겨졌고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신라시대에는 된장이 혼수품으로 쓰였다고 전해지며, 조선시대의 장 담그는 법은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다.

된장과 청국장의 관계는 사촌지간 정도 되려나? 냄새가 강한 탓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청국장이 주는 건강상의 효력을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그 진한 매력에 빠진 이들이 참 많다. 된장에 비해 비교적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청국장은 비타민 B2가 풍부하고 납두균의 작용으로 콩의 소화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작용도 한다. 납두에는 두뇌의 영양이라고 말하는 레시틴(lecithin)이 풍부한데 레시틴은 체내에 흡수된 후 분해되어 뇌세포간의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원료가 된다.

구수하고 따뜻한 된장찌개와 샐러리 향 머금은 청국장팽이버섯볶음, 달콤함을 입힌 청국장강정으로 손마디 굵은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시는 밥상을 받고 시골집 아랫목에 앉아있는 감상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된장찌개

[재료 및 분량]
- 쇠고기(등심) 90g, 표고버섯 15g
- 양념장 : 청장 ½T, 다진 파 1t, 다진 마늘 ½t, 깨소금 ¼t, 후춧가루 ⅛t, 참기름 1t
- 쌀뜨물 3½C, 된장 5T, 두부 ½모, 고춧가루 1t, 청고추 1개, 홍고추 1개, 파 20g

[만드는 법]
1. 쇠고기는 핏물을 닦고 적당한 크기로 썬다.
2. 표고버섯은 물에 1시간 정도 불려 기둥을 떼고 물기를 닦아 채 썬다.
3. 쇠고기와 표고버섯은 양념장에 넣어 무친 후 냄비를 달궈 쇠고기와 표고버섯을 넣고 중불에서 볶다가 쌀뜨물을 붓는다.
4.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썰고 청고추와 홍고추, 파는 어슷하게 썰어 둔다.
5. 된장을 풀어 넣고 센 불에 올려 끓으면 중불로 낮춰 한소끔 더 끓인다.
6. 된장국물의 맛이 충분히 우러나면 두부와 굵은 고춧가루를 넣고 더 끓이다가 청고추, 홍고추, 파를 넣어 살짝 더 끓인다.


청국장팽이버섯볶음

[재료 및 분량]
- 팽이버섯 2봉지, 샐러리 2대, 대파 ½뿌리, 풋고추 1개, 청국장 1T
- 식용유 1T, 다진 마늘 2t, 고춧가루 1t, 간장 적당량, 설탕 약간

[만드는 법]
1. 팽이버섯은 밑동을 자르고 큼직하게 가닥을 나눈다.
2. 샐러리는 심줄을 제거하고 어슷 썬다.
3. 대파는 어슷 썰고, 풋고추도 어슷 썬 뒤 씨를 턴다.
4. 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준비한 대파와 풋고추, 다진 마늘을 넣어 볶다가 향이 나면 센 불에서 셀러리를 먼저 볶는다. 셀러리가 파랗게 되면 팽이버섯을 넣고 재빨리 볶는다.
5. 분량의 청국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을 넣어 다시 한 번 볶아 그릇에 담는다.


청국장강정

[재료 및 분량]
- 햇콩 1kg(띄워 말린 콩 500g), 볏짚, 식용유 1L
- 시럽 : 물 ⅓C, 설탕 ⅔C, 물엿 2C

[만드는 법]
1. 햇콩은 깨끗이 씻어 12시간 정도 물에 불려 건져서 푹 삶는다.
2. 오목한 그릇에 볏짚을 편 후 뜨거운 콩을 담고 40도가 유지되도록 더운 곳에 담요를 덮어씌워 띄운다.
3. 2~3일 후 곰팡이가 희게 피고 실이 생기면 4~5일 정도 채반에 널어 말린다.
4. 팬에 기름을 붓고 140~150도에서 말린 청국장을 튀긴 후 식힌다.
5. 냄비에 분량의 시럽재료를 넣고 약불에서 끓인다.
6. 달궈진 팬에 시럽 3T를 넣고 끓이다가 실이 나면 튀겨놓은 청국장 1C을 넣어 버무린 다음, 따뜻할 때 적당한 크기로 동그랗게 만든다.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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