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영양소희망편지 145호   발송일: 2020.08.04
잘못된 식습관(diet)으로 인해 매년 1100만 명이 일찍 목숨을 잃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2019년 4월 영국 BBC에서 보도했다.
워싱턴대 연구팀이 1995년부터 2017년에 걸쳐 19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한 ‘전 세계 질병 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7)’ 보고서는 전 세계의 조기 사망자 5명 가운데 1명은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라고 밝혔다. 잘못된 식습관이야말로 흡연을 뛰어넘는 최대의 사망 원인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빵이나 콩, 가공식품 등에 함유된 소금으로 가장 많은 조기 사망자를 낳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비만에 대한 것이 아니며 심장을 해치고 암을 일으키는 잘못된 식습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위험한 식습관은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것과 통곡물(whole grains)을 지나치게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각각 300만 명이 매년 이런 식습관으로 인해 일찍 생명을 잃고 있다. 또 과일을 거의 섭취하지 않아 매년 200만 명이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견과류와 씨앗류, 채소류, 해산물의 오메가-3 및 섬유질의 섭취 부족 등이 조기 사망을 부르는 주요 잘못된 식습관으로 지적됐다.
건강을 위해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바로 먹거리이다. 고단백 식이,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 채식 등 다양한 음식섭취방법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채소의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채소의 섭취는 왜 중요하고,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과일이나 채소 섭취가 권장되고 특별히 몸에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식물성 화학물질 (이하 식물 영양소, phytochemicals) 때문이다. 이 식물 영양소들은 비타민이나 미네랄처럼 인체에 대단히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영양학자들은 ‘21세기 비타민’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비타민이나 미네랄과는 별개로 또 하나의 중요한 영양성분으로 생각하고, 반드시 섭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식물 영양소의 인체 내 주요 역할은 항산화작용, 면역증강, 항염증작용, 항암작용, 콜레스테롤 저하, 뇌세포의 보호 및 활성화 등이다. 식물 영양소는 과일과 채소, 허브 등에 함유된 생물학적 활동이 활발한 보호 물질로, 나쁜 환경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식물들의 자체 보호 무기이다. 식물 영양소는 소위 식물의 2차 대사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1차 대사가 주로 성장과 에너지 공급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2차 대사는 1차 대사와는 반대로, 유인 물질 또는 보호 물질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자외선으로부터 토마토를 보호해 주는 붉은 색소가 라이코펜이며, 브로콜리 꽃봉오리에 벌레의 침입을 막는 방어작용을 하는 글루토라파닌 성분 등이다.
채소와 과일의 하루 권장량은 WHO에서 270~400g, 일본 후생성에서는 채소 350g 과일 200g을 권하고 있다. 성인 남자 기준, 채소는 7접시 (1접시당 30~70g), 과일은 3접시 (1접시당 100~200g)의 양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채소를 섭취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권장량은 최소권장량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한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도 더 많은 양의 채소를 섭취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과일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섭취량에 비해 권장량 (작은 사과 1개 정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또한, 채소에 비해 많이 섭취할 경우 혈당이 급상승하거나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독일의 국민 영양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섭취와 관련해 독일 영양협회의 하루 중 권장섭취량을 섭취하고 있는 비율은 독일 성인 중 20% 미만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이 조사의 결과는 질병 예방에 효과적인 수준의 식물 영양소가 충분히 섭취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다양하다. 샐러드를 만들거나 과일이나 채소를 먹기 좋게 준비할 시간이 없거나 그럴 의욕이 없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과일과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다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영양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채소 섭취량의 40%를 김치를 통해서 섭취하고 있다 한다. 색으로 보면 마늘, 양파, 무 등의 흰색채소를 많이 먹고, 생채소보다 김치 섭취가 많아 채소와 함께 엄청난 양의 염분도 같이 섭취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붉은, 푸른, 노란, 보라색의 채소와 과일의 섭취량은 적다. 다양한 채소의 섭취가 부족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five a day’라고 하여 하루 다섯 가지 이상의 색을 지닌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자는 교육을 하고 있다. 채소별로 가진 식물 영양소가 다양하며 이는 색상별로 나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채소를 건강하게 섭취하기 위해서 다음을 강조한다.
1. 나물이나 생채 위주의 음식을 많이 먹자.
한식 반찬의 단점은 짜다는 것이다. 장아찌나 조림류보다 나물이나 생채 위주의 음식을 먹으면 염분을 줄일 수 있다. 나물의 경우 오래 데치지 않아야 채소의 유효성분을 많이 섭취할 수 있으며, 짜게 간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방법은 채소를 좀 더 맛있게,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샐러드를 챙겨 먹자.
나물에 비해 한 번에 많은 양의 채소를 섭취하기 쉽지 않다. 또한, 샐러드로 사용할 수 있는 채소 종류도 한정되어 있는 편이다. 곁들이는 소스에 과도한 지방과 당분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시판 샐러드 소스보다는 집에서 직접 당분 (꿀, 설탕, 매실액, 올리고당 등)을 적게 넣고 만드는 것이 좋다.
3. 주스나 스무디를 한 끼 정도 대체하는 것도 좋다.
주스나 스무디는 많은 양의 채소를 한 번에 손쉽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평소 외식이 잦아 채소 섭취가 매우 적은 사람,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라면 아침 1끼 정도는 채소와 과일 위주의 간단식, 혹은 주스나 스무디 형태로 채소를 먹는 것도 좋다.
하지만 과일을 주스나 스무디의 형태로 섭취할 경우 혈당이 급상승할 수 있다. 당뇨 환자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삶거나 데치는 등의 조리과정이 없어 영양분뿐 아니라 독소의 흡수량도 많아지므로, 반드시 유기농으로 된 좋은 채소를 골라야 한다. 양도 하루 1컵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4. 본인의 질환에 따라 금지해야 하는 채소, 과일이 있다.
신부전증이 있는 사람은 소변을 통해 칼륨 배출이 어려워진다. 또한, 당뇨 환자처럼 인슐린 합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고칼륨혈증이 발생하기 쉽다. 고칼륨혈증의 경우 심부정맥, 근육의 경련, 마비, 구토 등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칼륨 함량이 많은 과일, 채소 (바나나, 오렌지, 수박, 토마토, 시금치, 호박)들을 주의해야 한다. 칼륨은 물에 용출되므로 요리 전 물에 충분히 담가 두었다 조리하거나 데쳐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과일 껍질은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와파린 같은 혈액응고방지제를 복용하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환자들은 비타민K가 풍부한 음식 (케일, 브로콜리, 시금치, 오이, 완두콩, 블루베리, 키위)을 먹으면 약의 효과를 방해한다. 고지혈증 환자나 항불안제, 부정맥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자몽의 섭취도 피하는 것이 좋다.
채소와 과일 섭취는 매우 중요하지만, 본인의 상태에 맞추어 잘 먹어야 약이 된다. 건강한 제철 채소와 과일 섭취로 더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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