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부여 잡은 일터에서희망편지 137호   발송일: 2020.07.07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치명적인 이유가 암수술로 자의반 타의반 직장을 떠났었는데 얼마 만에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희열을 맛봅니다.

늘어져 늦잠 자던 아침자리에서 설렘과 기대를 안고 기상해 총알같이 지나가는 아침시간, 분초를 다투며 출근하는 짜릿한 스릴을 한참을 잊고 지냈었습니다. 지난밤의 숙취를 채 소화하지 못해 참고 있던 구토를 쏟아내는 젊은이에게 흘깃거리며 눈총을 주는 대신 재빨리 가방을 뒤져 물휴지를 건네주는 여유와 배려도 출근하는 일이 있으니 베풀 수 있는 아량이지요.
상쾌하게 뻗어나가는 철로 위 출근전철에 몸을 맡기고 거대한 서울, 한강의 경치를 호흡하며 하루의 일과를 계획하는 일도 나의 손길을 기다려 주는 일터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요.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처럼 암환자가 된다는 일은 익숙했던 일, 생업과의 결별을 뜻하기도 합니다. 듣기로는 암 발병을 알게 된 후 70% 이상이 자의든 타의든 일터에서 손을 놓게 된다고 합니다. 치명적인 병을 얻은 일만도 기막히거늘 일에서마저 손을 놓아야 하는 처참함에 상처는 더욱 깊어지게 마련이지요.

어느 정도 암과 친해지고 내성이 붙고 난 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제외되는 아픔. 팔팔하게 젊고 난다 긴다 하는 인재들도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데 암환자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새롭게 취직하거나 혹은 예전의 일터로 복직한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실을 제대로 밝히고서는 면전에서 정중한 거절을 받을 거라는 것은 안보고도 뻔한 일입니다.

저 또한 여기저기 서류를 내고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암환자라는 말을 차마 못쓰겠더군요. 어찌됐든 저는 작은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표현이 작은 성과이지 아마 정상적인 취업절차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새 직장을 대하는 심정은 가히 전투적이라 할 만합니다. 더구나 만만한 일을 시키기에는 절대로 젊은 나이가 아니기에 부담스런 저를 택해주신 윗분들이 얼마나 눈물 날 정도로 고맙고 감사한지 모른답니다.

축하해주세요.
건강할 때 행여나 불평하고 불만족했던 일이 있었더라면 회개하렵니다. 사소한 일일지라도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아마 저와 같이 직장으로 복귀한 분들은 아실 겁니다. 생명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열거할 수 없이 많겠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약동하는 심장의 호흡을 들으며 사회적 동물로서 조직을 위해 일하고 일의 성과를 내며 보람을 누리는 일이야말로 으뜸가는 생명존재의 확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하여 요즘 저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 만큼 신이 나있습니다. 귀밑에 희끗희끗 보이는 흰머리는 행여나 한 살이라도 더 먹어 보이게 할까 싶어 열심히 염색으로 감추고 조금이라도 젊고 활기차게 보이려고 옷차림이며 표정관리에 열을 올린답니다. 일터에 출근하면 누구에게나 먼저 상냥하게 인사합니다. 시한부인생을 사는 사람이 부딪치는 모든 사람, 모든 일에 애정과 경외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이 지긋한 신참 때문에 젊은 선임동료들이 혹시라도 불편해 할까봐 먼저 다가가 편하게 해주려고 하는데 혹시라도 과잉친절이나 과한 배려가 되지 않을까 싶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더군요. 열심히 할 겁니다. 진심은 저절로 통해지는 법이니 나의 애씀과 노력이 전해지리라 생각하고 잘해나갈 겁니다. 본의 아니게 암환자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내보이지는 못하지만 정상인 못지않은 성과를 내면 나중에 알아지더라도 이해해주겠지요.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환우 분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취직 턱을 멋지게 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복직을 위해 취직을 위해 무던히 애쓰는 분들과 공감의 손을 이윽히 부여잡고 싶습니다. 일하고 싶은 그대여. 암이 쉽지 않더라도 결코,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
처음으로...
글쓴이: 늘자유롭자2020.07.12 12:49   늘 감사한 마음으로 편지 받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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