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과 인술희망편지 111호   발송일: 2020.04.07
의술은 인술이라고도 합니다. 의술을 행하는 의사는 자신의 기술로 환자의 병을 낫게 하였고 환자를 건강하게 만들어 다시는 병이 생기지 않게 치료하는 일이 의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술은 기술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또한 각 지역마다 고유한 전통 치료법들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의술은 비과학적일지는 몰라도 사람을 살리는 착한 기술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시대가 살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살았던 많은 조상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이 이전보다 좋은 시대라고 말입니다. 우리도 과학이 발전한 현대 사회가 과거보다 더 좋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이라는 지식을 등에 업고 과거에 이루어 놓았던 많은 전통을 버렸습니다. 전통의술 또한 과학의 범주에 들어오지 못한 채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각 나라, 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전통의학을 발전시켜왔는데 더 이상 쓸모없는 지경이 된 것들이 많습니다.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대부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서양의학의 가장 큰 특징은 눈으로 보는 것과 데이터를 만들어 수치화시키는 것입니다. 즉, 사람의 병을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다면 그것은 병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증상은 있는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면 병이 없으니 괜찮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어떤 병을 치료하게 되면 관련된 정보를 수치화하여 통계로 만듭니다. 이 두 가지가 현대의학의 과학적 특징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으며 데이터를 통계로 만들지 못한다면 현대의학의 범주에 들어오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서양의학을 전공한 사람을 일컫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19세기 후반 일본은 메이지유신 시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전통의학을 폐쇄하고 서양의학을 이수한 의사들이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전통의학까지 시술할 수 있는 권한을 갖습니다. 우리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의 지위가 올라갔습니다. 조선시대의 의사는 중인 이하의 계급이었습니다.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의술의 쇄락과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의 의료 독점이 만들어지고 의사들의 신분 상승과 사회적인 권력이 생겼습니다. 이런 사회의 변화에서 인술을 행하는 의사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치료의 근본은 사람에 있습니다. 부자든 가난하든 환자 스스로에 대한 존엄성과 긍지를 심어 주는 것이 치료의 출발입니다. 존엄성이나 긍지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몸의 치료에 앞서 마음의 치료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영어에서 마음의 치료는 메디테이션(meditation)이고 몸의 치료는 메디슨(medicine)입니다. 몸이 아플 때는 그만큼의 마음의 상처가 있기 마련입니다. 전통의학에서는 이 점을 알고 언제나 몸과 마음을 같이 돌보았습니다. 의사는 정성을 쏟아서 어진 마음으로 의술을 시행할 때 인술이 됩니다. 현대의학은 눈에 보이는 치료, 즉 메디슨(medicine)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계가 들여다보지 못하는 환자의 아픈 속을 어루만져 주는 인술을 베푸는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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