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미세먼지희망편지 4호   발송일: 2019.03.26

작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었습니다. 뉴스마다 연일 몇 년 만의 무더위라는 말을 쏟아내었고 푹푹 찌는 더위에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에는 올겨울은 최강의 한파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상 정보가 많았습니다. 여름이 더우면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춥다는 것이었는데 막상 겨울이 지났지만 크게 한파 없이 최악의 미세먼지만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일기예보를 위해서 슈퍼컴퓨터가 온갖 정보를 분석한다지만 그렇게 비싼 기기가 만들어낸 일기예보 믿을만한 수준의 신뢰성을 갖고 있지는 않았나 봅니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삼한사온이 특징이라는데 최근에는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사흘은 춥고 나면 포근한 대신 미세먼지가 우리를 괴롭힌다는 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베란다 밖을 보면서 오늘은 미세먼지가 어떤지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첫일과가 되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북한산이 흐릿하게 보이는 날이면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주면서 꼭 쓰고 다니라고 당부를 하는데 이런 날이 계속되다 보니 건강에 대한 걱정이 커집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상태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네라며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어릴 때에도 황사로 인한 대기오염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미세먼지가 우리를 괴롭히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금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던 것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방독면을 써야 하고, 더 시간이 지나면 스쿠버 다이버들이 짊어지는 산소통을 매달고 다녀야 할지 모른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절실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기의 질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입니다.

미세먼지는 자연재해가 아닙니다. 하나 뿐인 지구에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우리는 지구의 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구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일기예보에서 전해주는 미세먼지 수치를 보면서 마스크를 쓸지 말지 혼란스러워할 뿐이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미래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어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쫓겨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세먼지의 피해는 숨을 쉴 때 불편한 것뿐만 아니라 몸에 쌓이면서 잠재적인 위험을 높여가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담배 몇 개비 피웠다고 바로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서서히 건강을 해칩니다. 입자가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는 우리 몸에 장착되어 있는 수많은 필터들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뇌까지 올라가서 영향을 주고 서서히 입자들이 쌓이게 됩니다.

국내의 공기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라서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피해의 통계를 몸으로 느끼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 년 전과 올해를 지나면서 느껴지는 대기오염은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한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대기오염이 가장 심했던 나라는 영국이었습니다. 안개의 나라라는 운치 있는 이름을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있지만 사실은 모두 극심한 대기 오염의 결과였습니다. 공식적으로 4,000여명이 사망했고 대략 1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발생했던 1952년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 사건은 역사가 되어 공기와 환경오염이 어떻게 우리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지 경각심을 일깨워 줍니다.

그 당시만 해도 안개가 사람에게 무슨 피해를 주겠냐는 안일한 생각과 대처는 교통사고 그리고 폐렴과 심장질환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후에야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그 후 영국은 청정대기법을 제정하여 대기오염에 대한 관리를 시작합니다. 그때와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문제는 우리가 마시는 오염물질이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람에 따라서 중국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미세먼지 저감조치와 같은 국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강력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구의 대기 오염도를 볼 수 있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인도 등의 나라는 모두 심각한 수준의 대기질을 나타낼 때 유럽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은 청정한 날씨를 보입니다. 하늘이 뿌옇고 밖에서 숨쉬기 힘들 정도로 최악의 미세먼지가 닥치던 날 방학을 맞아 베트남의 다낭으로 가족 여행을 간 친구가 보내준 사진 속 하늘은 맑고 푸르른 풍경입니다.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저절로 솟구쳐 오릅니다.

지구의 멸망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가 현실이 될까 두려움이 앞섭니다. 무분별한 욕심이 생존에 가장 기본이 되는 숨쉬기조차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출근길에 마스크를 쓰고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은 더 이상 우리의 환경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경각심을 갖게 만듭니다.




월간암 2019년 2월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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