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치유희망편지 41호   발송일: 2019.08.01



2003년 미국 의학협회 잡지에 "린다 같은 환자"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린다라는 여성은 매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병원을 찾았고 각 분야 여러 명의 전문 의사가 린다를 검사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하고 검사를 수십 번 반복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판명되고 각종 촬영 사진을 들여다봐도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아내지 못한 채로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그녀가 호소하는 증상은 류머티즘 관절염, 관절통증, 극심한 피로감, 불면증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검사결과는 모두가 정상입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결국 신체적인 이상이 아닌, 인생의 문제 때문에 증상이 생겼다고 추측하고 린다에게 조심스럽게 정신과 의사를 만나보라고 권유합니다. 그와 같은 의사의 말에 린다는 불같이 화를 내었습니다. 그녀는 명석하게도 자신의 고통이 신체에 어떤 이상이 생겨 나타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였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증상만 있고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으니까요. 암환자들도 이런 경우를 겪습니다. 예를 들어 수술과 항암 치료가 끝나면 3개월 혹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만 지난번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가 3개월 뒤에 검사를 해보니 뭔가 잘못되었다는 분들, 또는 의료보험공단에서 암검진 대상이라는 우편이 날아와 지정된 병원에서 검사를 하였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몸이 뻐근하여 병원에 가보니 암 판정을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생깁니다.

의학은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과학은 물리주의에 기본을 둡니다. 물리주의는 어떤 증상이 있으면 그 증상을 일으키는 실체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인 입장만으로는 우리의 몸을 모두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몇 가지 사례만 보아도 우리의 몸은 과학처럼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주의에 입각해서 병의 실체를 눈으로 판독할 수 있을 때는 이미 치료의 시기를 넘겨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비관적이지만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 의학은 할 일이 그리 많지 않거나,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저 병세를 완화시키는 정도의 일만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환자들은 돈을 내고도 아무런 호전된 결과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서비스에 대한 배신감, 무력감, 분노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아니면 병원 측에서 먼저 치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인정하며 환자를 퇴원시키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과학에만 기반을 둔 의료시스템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병원을 등지게 된 환자들은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아쉽게도 이런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없습니다. 모두 환자나 보호자 개인의 책임이 되어 스스로 치료와 치료의 결과를 모두 떠안아야 합니다.

몸은 마음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이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규명하기를 원한다면 아직 방법이 없습니다. 마음이라는 것 자체가 실체가 없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과학의 범주에 들어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나 몸 상태를 보지 않고 마음의 상태를 봅니다.

암이라는 병도 어찌 보면 마음의 병입니다. 많은 암과 투병하는 분들이 진단 전의 생활이나 삶의 모습을 보면 힘든 삶을 살아 왔습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운 상태로 버티어 왔으며 생활에 대한 애착이 희미합니다. 활력이 사라져 버려서 무기력한 상태에서 시간이 흐릅니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과학적이지 않은 치료에 대해서도 대부분 의료보험을 적용합니다. 우리 실정에서는 민간요법으로 치부되어 정식의료 행위로 인정되지 않지만 그 나라에서는 정식 의료로 인정받아 의료보험혜택을 받고 치료가 가능합니다. 이 민간요법들은 몸보다는 마음에, 부분보다는 전체에 중심을 두어 깨어진 균형을 되찾습니다. 이 상태가 되면 몸은 알아서 스스로 치유를 시작합니다.

병을 잘 조절하며 스스로의 삶에 감사하는 분들은 병을 진단받을 때부터 그런 마음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병을 만나 막다른 길에 몰리어 스스로 마음과 생활을 변화시킵니다. 암과 맞붙어 이를 악물고 싸워야겠다거나 몸에 있는 암덩어리를 원수처럼 여겨 없앨 방도만을 궁리하지 않습니다. 지난 세월을 반성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고 공감이 되는 치료법을 선택하여 적용해 나갑니다. 결과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잘못이나 실패로 단정하지 않고 문제점을 찾고 개선책을 찾거나 다른 방향을 모색합니다. 언제나 치료의 중심에는 스스로를 둡니다.

의료선진국에서는 이미 병에 대한 개념을 몸에서 마음까지 범위를 넓혀 포용하여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변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요? 암의 재발과 전이를 겪은 암환자이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대다수는 마음에 병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고 보이지 않는 미래 때문에 인생의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흔들리고 방황합니다. 언제까지 기계로 진단되는 몸의 상태가 암환자 상태를 결정짓게 될까요? 언제쯤이면 마음도 몸과 같은 치유의 대상이 될까요? 그 시기가 모쪼록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합니다.
처음으로...
글쓴이: 아나윔2019.08.01 11:21   늘 유익한 글과 정보를 보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몸의 병만 아니라 마음도 잘 다스리는 매일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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